경상남도 남해안에 위치한 거제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온 역사, 독창적인 문화, 그리고 바다의 맛을 담은 향토음식으로 주목받는 지역입니다. 본 글에서는 거제도의 역사적 배경과 유적지, 전통문화, 그리고 대표 향토음식들을 소개합니다.
1. 거제도의 역사 – (선사시대 패총)
거제도의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특히 지리적인 특성상 육지와 떨어진 섬이면서도 전략적 요충지였던 거제도는 다양한 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선사시대 유물로는 패총, 고인돌, 석기 등이 있으며 이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바다를 이용해 살아왔음을 보여줍니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가 거제도를 두고 경쟁을 벌였으며, 이후 신라가 이 지역을 통일하면서 본격적인 국가의 통치 아래 들어가게 됩니다. 이 시기에 해상 교통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거제도는 동남 해상 방어 및 교역 거점으로 활용됩니다.
고려시대에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기지로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특히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 초기까지 왜구의 침입이 잦아지면서 거제도는 남해안 방어선의 핵심이 되었고, 그에 따라 성과 포구가 정비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시기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유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통신망과 군사 체계의 중심지 중 하나로 발전합니다. 특히 거제현이 설치되어 행정 및 군사적 거점으로 자리잡았으며, 다양한 서원과 향교를 통해 유교문화가 뿌리내렸습니다. 한편 거제도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수군 훈련장이 있었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칠천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대패한 역사적 장소 역시 거제도 인근에 위치합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가 설치되며 전쟁의 아픈 흔적을 간직하게 되었고, 이후 산업화 시기에는 조선업의 중심지로 변모합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들어서면서 경제적인 도약이 이루어졌고, 오늘날에는 역사와 산업, 자연이 어우러진 복합 도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 거제도의 유적지 –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거제도에는 시대별로 다양한 유적지가 존재합니다. 먼저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국군 포로를 수용하던 시설이었으며, 지금은 역사교육과 평화체험의 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당시의 참혹한 전쟁과 인권 문제, 통일에 대한 염원이 고스란히 담긴 이 공간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또한 임진왜란과 관련된 유적으로는 옥포대첩기념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첫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을 기념하여 세워진 곳으로, 거제의 해상 방어 역사와 조선 수군의 전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유교문화 유적으로는 거제향교와 거제 고현동의 옛 관아터 등이 있습니다. 거제향교는 조선시대 지방 사대부들의 교육기관이자 제례 공간으로, 현재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정기적인 제향과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민속 유적지로는 망산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은 전통 민가와 고가옥이 보존된 마을로, 옛날 거제 주민의 삶을 생생히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돌담길, 초가, 마루 구조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민속학적 가치가 높으며,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명소입니다.
또한, 거제도에는 다양한 봉수대와 해안 방어 유적이 산재해 있습니다. 거제도 칠천도 봉수대, 학동방파제 인근 조선 수군 진영터 등은 조선시대 방어체계와 해상 감시망의 핵심 거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유적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역사와 지리의 연계성을 체험하게 해줍니다.
3. 거제도의 문화와 음식 – (거제 예술제, 굴국밥)
거제도의 문화는 섬이라는 특성과 함께 공동체 중심의 삶에서 비롯된 전통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화행사로는 거제예술제, 바다로 세계로 축제, 거제 포로수용소 평화페스티벌 등이 있으며, 이는 전통문화와 현대문화, 그리고 지역의 정체성이 융합된 축제로 평가받습니다.
거제예술제는 지역 예술인들과 주민이 참여하는 행사로, 판소리, 농악, 민요 등 전통 공연부터 현대무용, 회화 전시까지 다양한 장르가 소개됩니다. 매년 가을에 열리며 지역민의 문화 자긍심을 높이고 예술적 교류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다로 세계로 축제는 여름철 거제의 청정한 해변과 연계한 대규모 축제로, 수상 스포츠, 전통놀이, 바다 체험 등으로 구성되어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거제도의 향토음식은 해산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청정 바다에서 갓 잡은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 음식으로는 멍게비빔밥, 성게비빔밥, 굴국밥, 물메기탕, 해물파전, 바지락칼국수 등이 있습니다.
멍게비빔밥은 신선한 멍게를 각종 채소와 밥, 고추장에 비벼 먹는 음식으로, 멍게의 향긋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바다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거제 장승포항 인근에는 멍게비빔밥 전문 음식점들이 모여 있어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굴국밥은 겨울철 대표 음식으로, 거제산 굴을 넣고 끓인 맑은 국물의 국밥입니다. 굴의 깊은 맛과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시원한 국물이 어우러져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으로 지역민들이 즐겨 찾습니다.
물메기탕은 경남 남해안 일대에서 겨울철 보양식으로 유명하며,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물메기 살과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입니다. 이 외에도 돌문어 숙회, 쏨뱅이찜, 해초무침 등은 거제 바다의 풍부함을 느낄 수 있는 별미들입니다.
최근에는 거제시가 주도하여 '거제 미식 관광 코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적지 탐방과 향토음식 체험을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역사와 문화, 미식을 모두 즐길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거제도는 단순한 섬 관광지를 넘어,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바다의 풍미가 녹아든 복합 문화도시입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온 역사 유적지, 공동체 전통을 담은 문화행사, 그리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향토음식은 거제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거제도를 방문한다면 그 아름다운 바다 풍경에만 머무르지 말고, 그 속에 숨겨진 역사와 사람들의 삶, 그리고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체험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