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서북부에 위치한 거창군은 지리산 자락과 덕유산, 가야산을 품은 고장으로, 수려한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역사와 유적, 전통문화, 그리고 깊은 맛의 향토음식을 지닌 문화 중심지입니다. 본 글에서는 거창군의 역사적 흐름과 주요 유적지, 지역 문화행사 및 대표 향토음식을 소개합니다.
아림군
거창은 한반도 내륙 중심부에 위치하여 고대부터 전략적, 문화적 요충지로 기능해왔습니다. 신석기 및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 다수 발굴되었으며, 이 지역은 삼한시대에는 변한의 일부로 추정됩니다. 이후 가야문화의 영향을 받았으며, 신라가 통일하면서 아림군이라는 이름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됩니다.
신라 통일 이후 거창은 아림군 → 거열군 → 거창군으로 이름이 바뀌며 행정의 중심지가 됩니다. 특히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는 교통의 요지로 기능하며, 영남과 호남을 잇는 육상 교통망의 한 축을 담당하였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거창현으로 불리며, 교육·군사·행정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시기 건립된 향교, 서원, 누각 등이 지금도 지역 곳곳에 남아 있으며, 유교문화와 유림의 영향력이 뚜렷했던 지역입니다. 대표적인 성리학자 남명 조식 선생의 정신이 깃든 고장으로, 그의 학문과 정신은 지금도 거창 교육의 뿌리가 됩니다.
근현대사에서는 항일운동과 6.25 전쟁의 격전지이자, 거창 양민학살사건(1951년)이 발생한 역사적 아픔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거창사건추모공원은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교육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거열산성
① 거창 거열산성
국가지정 사적 제253호.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으로, 고대 거창 지역의 방어 요충지였습니다. 신라가 가야를 정벌한 후 축조했다는 설도 있으며, 산성의 위치와 구조가 탁월하여 지금도 군사적, 지리적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② 남산리 고분군
청동기~삼국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고분이 분포되어 있으며, 당시 거창 일대가 지역 권력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발굴을 통해 토기, 철검, 청동기 등이 출토되었고, 고대 거창의 생활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지입니다.
③ 수승대(搜勝臺)
조선시대에 건립된 누각으로, 명승 제53호. ‘경관을 찾는다’는 뜻의 수승대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통 건축미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조식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유학과 성리학을 논하던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도 학문과 정신문화의 상징적 장소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④ 동계종택, 건계정사 등 고택 및 정자
거창은 유림 문화가 번성했던 지역답게 수많은 고택과 정자가 존재합니다. 특히 동계 종택과 건계정사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생활상과 사상적 기반을 엿볼 수 있으며, 정자 문화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⑤ 거창사건추모공원
1951년 6.25 전쟁 중 발생한 ‘거창양민학살사건’을 기억하는 공간입니다. 당시 무고한 민간인 수백 명이 희생된 이 사건을 추모하며 조성된 이 공원에는 추모관, 평화교육관, 위령탑 등이 마련되어 있어 역사교육 현장으로 활용됩니다.
유림제향
거창은 전통적으로 교육과 예절, 유교 문화를 중시해온 지역입니다. 조식 선생의 영향 아래 지역에는 향약, 서원, 서당 등이 체계적으로 발전했으며, 그 정신은 지금까지도 지역 사회 전반에 남아 있습니다.
① 거창국제연극제
거창의 대표적인 현대 문화행사로, 매년 여름 수승대 일대에서 개최됩니다. 국내외 연극단체가 참여하는 공연 예술제로, 야외극장, 물 위 무대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무대 연출이 큰 특징입니다. 연극뿐 아니라 전통 음악, 퍼포먼스,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어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인기 있습니다.
② 거창 평생교육문화센터 및 거창문화원
지역민의 평생교육과 문화 활성화를 위한 교육기관으로, 전통예절 교육, 고전읽기, 서예, 민속놀이 체험 등 다채로운 문화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③ 전통혼례 재현행사, 유림제향
지역 유림 단체와 학교 등이 주도하여 매년 전통혼례, 향교 제향, 지역 성현 기리는 의식 등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문화재 보호와도 연결됩니다.
④ 향토문학과 시조 문화
거창은 문학적 전통도 깊습니다. 지역 시인, 수필가, 소설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 고등학교와 문화단체 중심으로 시조 창작과 낭송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오미자차
① 거창 한우 불고기, 곰탕
청정한 자연에서 자란 한우는 지방이 적고 육즙이 풍부합니다. 특히 불고기와 곰탕은 거창 대표 한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거창한우축제’에서도 이 음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요리가 소개됩니다.
② 거창 흑돼지 구이
지역에서 방목으로 사육되는 흑돼지는 식감이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된장 양념, 산나물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숯불에 굽는 방식으로 풍미를 더합니다.
③ 가오리찜, 더덕구이
산간지역답게 더덕을 활용한 구이류가 발달했습니다. 특히 된장 양념 더덕구이와 가오리찜은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맛으로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④ 청국장, 시래기국, 산채정식
유림 문화의 영향으로 전통 발효음식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특히 청국장과 된장, 고추장은 가정에서 직접 담가 사용하며, 산채정식으로 구성된 밥상에는 제철 나물과 집된장이 함께 곁들여집니다.
⑤ 거창 오미자차, 머루와인
거창은 과실주, 전통차 문화도 함께 발달한 지역입니다. 특히 오미자차는 여름철 갈증해소용 건강차로, 머루와인은 고랭지 머루로 담가 향이 깊고 뒷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입니다.
거창군은 고대부터 이어온 역사와 정신문화, 조선 유림의 학문적 전통, 근현대의 아픈 역사, 그리고 자연이 빚은 음식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고장입니다. 수려한 산세 속에서 만나는 유적지, 예술과 교육이 공존하는 문화 현장, 그리고 전통 발효음식과 건강 밥상은 거창을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문화적 힐링 공간으로 만들어줍니다. 거창을 찾는다면 그곳에 담긴 이야기를 꼭 함께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