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걷는 섬’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길을 많이 품고 있습니다. 올레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허기가 느껴지는 순간이 오죠. 그때 만나는 로컬 식당과 맛집, 그리고 제주의 향토 음식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걷기 여행의 중요한 ‘경험’이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주의 대표 올레길 3곳과 그 주변의 맛집, 로컬푸드 명소를 함께 소개합니다. 걷기와 먹거리가 어우러진 제주 여행, 지금부터 시작해볼까요?
제주 올레 10코스 – 화순금모래해변에서 모슬포까지 (올레길 중심)
10코스는 약 17km, 화순금모래해변에서 시작해 모슬포항까지 이어지는 길로, 제주 서남부의 해안선과 바람, 평야가 어우러진 풍경 속을 걷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평탄하며, 바다와 산, 농촌을 두루 지나며 ‘제주의 전형적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화순금모래해변에서 시작하면, 검은 현무암 바위와 금빛 모래가 어우러진 독특한 해변 풍경이 먼저 반깁니다. 이곳은 비교적 사람이 적고 조용해 걷는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출발점이 됩니다. 길은 곧이어 평야를 지나며, 멀리 산방산과 한라산 자락이 보이는 구간도 등장합니다.
특히 길 중간의 송악산 해안길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 중 하나입니다. 절벽 아래로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 걷는 내내 바다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며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소나무 숲길을 통과하면 잠시 그늘이 드리워지고, 해녀들이 작업하는 모습이 보일 때면 제주의 삶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이 코스를 걷고 난 후 반드시 들러야 할 맛집은 모슬포항 근처의 ‘산방식당’입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옥돔구이 정식과 갈치조림. 화산암 돌솥에 갓 지은 밥과 함께 제공되며, 양념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해 여행 중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줍니다. 특히 갈치조림은 맵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가 살아 있어 아이들과 함께 먹기에도 좋습니다.
모슬포에는 또 하나의 먹거리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모슬포 오일장. 매 4일마다 열리는 이 장터에서는 제주 흑돼지 수육, 톳무침, 순대국 등 로컬푸드를 부담 없이 맛볼 수 있습니다. 걷고 먹고, 다시 걷는 여행의 정석. 10코스와 모슬포는 그 흐름 속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제주 올레 18코스 – 한림항에서 고내포구까지 (맛집 중심)
18코스는 제주 서북부의 대표적인 해안길로, 한림항에서 고내포구까지 이어지는 약 16km의 길입니다. 이 길은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구간이 많고, 풍경이 아름다우면서도 마을 분위기가 살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출발지인 한림항은 올레길뿐 아니라 맛집 밀집지역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이곳에서 아침을 시작한다면 ‘한림칼국수’를 추천합니다. 오징어로 육수를 낸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은 걷기 전 속을 든든하게 채워줍니다.
걷기 코스로는 협재해변을 지나 비양도 전망대가 있는 구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협재의 맑은 바다와 하얀 모래는 제주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눈이 시원한 길’이라 불립니다. 특히 봄과 가을에 이 길을 걷는다면 바닷바람이 완벽하게 기분을 환기시켜줍니다.
고내포구에 가까워질수록 길은 돌담길과 작은 마을길로 이어지는데, 걷는 동안 마주치는 로컬 식당 중 꼭 들러야 할 곳은 ‘고내횟집’. 이곳은 관광객보다 현지 주민들이 더 자주 찾는 곳으로, 자리물회와 우럭매운탕이 유명합니다. 자리물회는 여름철 별미로, 살얼음 동동 띄운 육수에 얇게 썬 자리돔이 들어간 제주의 향토음식입니다. 걷고 나서 더위가 달아나는 기분 좋은 한 끼가 됩니다.
이 외에도 고내에는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나 작은 감귤 카페들도 있어, 가족 단위 여행자나 연인들에게도 적합한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경치와 맛집이 함께 하는 18코스는 ‘걷기와 미식’의 균형이 잘 맞는 코스입니다.
제주 올레 5코스 – 남원포구에서 신례리까지 (로컬푸드 중심)
5코스는 제주 남동부의 자연을 따라 이어지는 길로, 총 14.9km입니다. 조용한 해안길과 숲길, 그리고 중산간 마을을 잇는 이 코스는 ‘소리와 냄새가 아름다운 길’이라 불릴 만큼 감각적으로 인상적인 길입니다.
출발점인 남원포구에서는 조용히 바다를 보고, 해녀들의 그물 정리 소리를 들으며 시작합니다. 걷는 초반에는 ‘큰엉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바닷길이 펼쳐지는데, 이곳은 해식절벽이 만들어낸 독특한 바위 형상이 인상 깊습니다. 이어지는 고살리숲길은 울창한 삼나무와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진 걷기 명소입니다. 바람 소리와 새소리만이 동행하는 이 숲길은 걷는 이를 자연으로 감싸 안는 치유의 공간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신례리 마을로 들어서는데, 이곳에서는 반드시 ‘신례 로컬푸드 마을식당’에 들러야 합니다. 이 식당은 지역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공동체 식당으로,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제철 식단이 특징입니다. 봄에는 고사리 비빔밥, 여름엔 오이냉국과 자리젓 반찬, 가을엔 호박전과 감자조림, 겨울엔 귤잼과 따뜻한 된장국이 밥상에 오릅니다.
음식은 투박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으며, 무엇보다 정이 느껴지는 한 상입니다. 걷는 도중 마주한 이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사람과 땅의 연결고리’처럼 느껴집니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오래 기억되는 건 풍경보다 이 식사의 여운일지도 모릅니다.
제주의 걷기 여행은 발만 움직이는 여정이 아닙니다. 바람과 파도, 그리고 사람의 손맛이 함께하는 길입니다. 이번에 소개한 10코스, 18코스, 5코스는 각각 제주의 해안선, 마을, 숲을 따라 이어지며, 그 안에 스며든 제주 로컬 맛집과 음식을 통해 여행의 감동을 완성시킵니다. 오늘 하루, 올레길 위에서 한 끼 식사에 마음을 담아보세요.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먹는 것으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