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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탐방 (영일만 풍어제, 죽장고분군, 과메기)

by 코스모스1-탱고 2025.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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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호미곶
포항 호미곶

 

포항은 흔히 철강산업과 바다로 대표되는 도시이지만, 그 이면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전통문화와 깊은 역사, 그리고 지역민의 삶이 녹아 있는 향토음식이 존재합니다. 경상북도 동해안의 핵심 도시로서 포항은 과거 삼국시대부터 현대 산업화 시대까지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포항의 문화와 유산을 ‘전통문화’, ‘역사 유적지’, ‘향토음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구분하여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포항의 전통문화 – 영일만풍어제, 호미곶

포항의 전통문화는 그 지리적 특성인 ‘바다’에서 시작됩니다. 동해와 접한 이 도시는 예부터 해양 중심의 삶을 기반으로 공동체 문화를 발전시켜 왔으며, 이는 현재에도 다양한 형태로 보존되고 전승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전통문화 중 하나는 영일만 풍어제입니다. 이 행사는 매년 음력 3월경에 포항 북구 영일대 일대에서 열리며, 지역 어민들이 바다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례의식입니다. 제사는 지역민이 주축이 되어 집전하며, 고유의 복식, 악기, 제물 등을 사용해 조상의 전통을 계승합니다. 또한 이를 통해 어촌 공동체의 협동 정신과 바다에 대한 경외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포항 남구 호미곶에서는 매년 1월 1일, 전국 최대 규모의 해맞이 축제가 개최됩니다.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이 축제는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지역 문화축제로 성장했습니다. 행사에서는 해맞이 외에도 지역 예술공연, 전통놀이 체험, 떡국 나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또한 포항은 정월 대보름에 진행되는 전통 민속놀이인 쥐불놀이, 액막이 제사, 달집태우기 등이 각 지역 마을마다 독자적으로 진행되며 살아 있는 전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기면, 죽도동, 청림동 등지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논밭을 돌며 쥐불을 돌리고, 달을 향해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냅니다. 이처럼 포항의 전통문화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과 밀접히 연결된 생활문화이자 공동체 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포항시는 이러한 전통문화의 보존과 재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 중입니다. 포항문화원, 포항시립예술단, 지역 향토사 연구회 등은 각종 문서화 작업, 체험교육, 영상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포항의 유적지 – 죽장고분군

포항은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의 유적과 흔적이 고루 분포해 있는 도시입니다. 고대 유적에서 조선시대 향교와 읍성, 현대 산업유산에 이르기까지 포항의 유적지는 도시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가장 오래된 유적 중 하나는 북구 죽장면에 위치한 죽장 고분군입니다. 이 고분들은 대체로 삼국시대 신라의 지방 통치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5세기~6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고분군에서는 금제 귀걸이, 토기, 철검 등이 출토되었으며, 현재는 경상북도 지정 문화재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고대 유적으로는 달전리 주상절리가 있습니다. 이곳은 자연지형이지만, 인근에서 발견된 고인돌과 석기 유물들 덕분에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하던 흔적이 있는 곳으로도 평가받습니다. 인근 해변과 연결된 경관 덕분에 문화재적 가치 외에도 관광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포항이 영일현이라는 행정 단위로 조직되며 지방행정과 교육, 방어체계의 중심지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포항향교, 청하향교, 구룡포 읍성터 등이 있습니다. 향교는 지역 유생들의 교육기관으로, 유교 이념과 학문을 전파한 핵심 시설이었으며, 현재까지도 정기적인 제례와 문화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조선 후기와 근대에 이르러서는 해안을 따라 봉수대왜관 유적 등이 설치되어 일본과의 무역, 외교, 군사적인 요충지로서 포항의 위상을 보여줍니다. 장기면과 청하읍 일대에는 지금도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일부는 복원되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포항이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중심지로 급성장하면서, 산업화와 도시화의 상징적 유산이 남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POSCO 역사관포항제철소 견학 프로그램입니다. 이곳에서는 1960년대 이후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 과정, 근로자들의 삶, 포항 도시의 변화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학생 및 일반인들에게 산업문화 교육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포항운하, 죽도시장, 송도해수욕장 철도 유적, 오거리 철길숲 등은 근현대 도시 인프라와 개발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생활형 유산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포항의 향토음식 – 과메기, 모리국수

포항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은 해산물을 바탕으로 한 전통요리가 중심입니다. 그 중에서도 과메기물회, 모리국수, 대게 요리는 포항 지역만의 식문화적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과메기는 겨울철 동해의 찬 바람과 해풍으로 청어나 꽁치를 자연 건조시켜 만든 음식으로, 구룡포 지역에서 유래했습니다. 건조 후 숙성된 과메기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특유의 식감과 감칠맛이 일품이며 김, 미역, 마늘, 고추 등과 곁들여 싸 먹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최근에는 과메기를 활용한 샐러드, 김밥, 파스타 등 퓨전 메뉴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매년 겨울 구룡포에서는 과메기축제가 열려 다양한 요리 체험과 시식 행사가 개최됩니다.

물회는 신선한 생선회를 얼음물과 과일식초, 고추장 베이스의 육수에 담가 먹는 음식입니다. 포항식 물회는 비교적 단맛이 강조된 육수가 특징이며, 여름철에는 시원한 별미로 사랑받습니다. 죽도시장, 영일대 해변, 구룡포 해안 일대에는 물회 전문점들이 즐비해 있으며, 일부 식당은 3대째 영업을 이어오는 곳도 있습니다.

모리국수는 생선 뼈를 오래 끓여낸 진한 육수에 국수를 말아낸 음식으로,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서 겨울철 보양식으로 즐겨 먹습니다. 특히 청어, 가자미, 대구 등 다양한 생선을 함께 넣어 만드는 국물의 깊이는 이 지역 음식의 정수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해장용으로도 인기가 있으며, 시장이나 포장마차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민 음식입니다.

포항에서는 대게찜대게라면, 해물찜, 회덮밥 등도 인기 있습니다. 대게는 주로 영덕과 울진에서 잡히지만, 포항 구룡포항을 통해 유통되며 포항식 대게요리 문화가 발전해왔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형성된 대게거리에서는 직접 고른 대게를 즉석에서 쪄서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이러한 향토음식은 단순한 미각을 넘어 지역민의 생활방식과 바다와의 공존, 자연과의 조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포항시는 최근 ‘맛있는 포항’ 프로젝트를 통해 향토음식 관광지도, 셰프 초청 워크숍, 음식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지역 경제와 문화산업을 연계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포항은 단순한 항구도시나 산업도시를 넘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전통문화, 살아 숨 쉬는 역사 유적, 그리고 동해의 자연을 담은 향토음식이 어우러진 문화복합 도시입니다. 포항을 여행한다면 해변의 풍경뿐 아니라 마을에서 열리는 전통행사, 향교나 고분군에서의 역사 체험, 그리고 시장에서 맛보는 전통음식까지 함께 경험해보세요. 포항의 진짜 매력은 바다 너머, 사람들의 삶 속에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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