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중서부에 위치한 구미시는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깊이 있는 역사와 문화가 흐르고 있습니다. 구미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지는 사찰과 유교 문화, 그리고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 음식문화가 어우러진 곳입니다. 특히 산업 도시의 이미지와 달리, 곳곳에 숨겨진 유적지와 감성 가득한 문화공간, 향토 음식이 조화를 이루며 색다른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구미의 역사 유적지, 문화명소, 그리고 꼭 맛봐야 할 향토음식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구미시: 도리사, 금오산성, 마애보살입상
구미는 고대 신라시대부터 조선, 근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역사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대표적인 유적지로는 도리사가 있습니다. 도리사는 신라 헌덕왕 5년(813년)에 창건된 사찰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사찰’로도 유명합니다. 낙동강과 금오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풍광 속에서 고즈넉한 사찰을 둘러보며 불교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이곳에는 보물 제1700호인 도리사 응진전이 자리하고 있으며, 역사적 건축미와 함께 조용한 명상 공간으로서의 가치도 큽니다.
또 하나 주목할 유적지는 금오산성과 금오산 마애보살입상입니다. 금오산성은 신라시대의 석축산성으로 추정되며, 현재 일부 성벽과 전망대가 복원되어 등산객과 탐방객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입니다. 금오산 정상 인근의 마애보살입상은 고려시대 불상으로, 바위 절벽을 따라 조각된 불상이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산행을 즐기며 역사도 만날 수 있는 이 코스는 구미의 상징적인 탐방 루트 중 하나입니다.
선산읍성지는 조선시대 군사 및 행정 중심지로 사용되던 곳으로, 현재는 일부 성곽과 관아 건물이 복원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선산김씨, 구미박씨 등 지역 유력 가문과의 관련성도 깊어, 조선시대 지역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장소입니다. 주변에는 향교와 서원이 자리해 있어 유교문화 탐방에도 적합합니다.
근대사와 관련된 공간으로는 박정희대통령 생가가 있습니다. 구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는 근현대사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당시 생활상을 재현한 전시관과 구미 산업화 관련 기록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역사적 의미를 넘어,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상징하는 장소로 방문 가치가 높습니다.
금오문화예술제, 천생산성문화공원
구미는 산업도시의 정체성과는 별개로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복합 문화공간은 구미문화예술회관입니다. 연극, 클래식, 국악 공연 등 지역 예술인의 활동을 볼 수 있으며, 전국 순회공연의 거점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금오문화예술제’는 매년 봄 열리는 지역 대표 행사로, 전통예술과 현대 공연예술이 공존하는 무대로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의 참여를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구미시립중앙도서관은 단순한 책 대출 공간을 넘어, 미디어 창작실, 인문학 강좌, 지역 아카이브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지역 작가 초청 강연과 고전 낭독회도 정기적으로 열려 문화도시 구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문화시설입니다.
천생산성문화공원은 자연과 문화를 접목한 공간으로, 매년 ‘천생문화축제’가 개최됩니다. 이 축제에서는 전통 의상 체험, 농경문화 시연, 민속공연 등이 진행되며,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어린이 대상의 역사연극, 전통 장난감 만들기 등은 교육적 가치와 재미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청년문화 기반이 강화되며 인동 청년예술촌, 구미 청년광장 등이 조성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청년 예술가의 전시와 버스킹 공연, 플리마켓 등이 열려 지역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구미는 꾸준한 문화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산곱창, 오징어불고기, 장국밥
구미의 음식 문화는 농촌과 산업이 혼합된 특유의 지역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먼저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은 구미 선산곱창입니다. 선산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곱창거리에는 수십 년 전통의 곱창집이 즐비하며, 특유의 양념과 직화 방식이 타 지역과는 다른 구미 곱창의 특징입니다. 부드러운 곱창과 구수한 막창, 양념불고기 등이 조화를 이루며 지역 주민은 물론 외지인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명물은 구미 오징어불고기입니다. 얼큰한 양념에 오징어와 야채를 볶아내고, 밥과 함께 비벼먹는 이 음식은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공단지역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에너지 보충식으로 자주 먹는 메뉴입니다. 인동시장과 형곡동 주변에는 오징어불고기 전문점이 밀집해 있어 미식 여행객에게 추천됩니다.
전통 음식 중에서는 장국밥과 어탕국수가 구미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입니다. 특히 구미의 장국밥은 선지와 고기를 함께 넣고 깊게 우려낸 육수가 특징이며, 구미역 앞 장국밥골목은 새벽 시간에도 사람들로 붐빕니다. 지역 어르신들의 소울푸드이자 해장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죠.
구미 중앙시장에서는 지역 먹거리와 함께 특색 있는 먹거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 손맛이 살아 있는 반찬가게, 쑥떡·콩떡 같은 전통 떡집, 고추장 불고기와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지역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장소입니다.
또한 구미의 사과, 감말랭이, 쌀엿 등 농산물 기반 가공식품은 기념품으로도 인기가 많으며, 구미농협 하나로마트나 로컬푸드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구미시는 단순한 산업도시를 넘어, 수천 년의 역사와 다채로운 문화를 품고 있는 여행지입니다. 도리사와 금오산성 같은 역사 유적부터, 구미문화예술회관과 천생산성문화공원 같은 문화 공간, 그리고 선산곱창과 오징어불고기 같은 향토 음식까지, 구미는 한 도시 안에서 다양한 색깔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번 여행, 경북 구미로 떠나 한국의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삶이 어우러진 진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