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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역사 문화 (벽골제, 전통시장, 금산사, 지평선)

by 코스모스1-탱고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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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골제
벽골제

 

농경문화의 심장, 김제에서 시간을 맛보다

김제는 단순한 농촌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한반도 농경의 뿌리가 내려앉은 땅이며,
천 년 넘게 물과 쌀, 사람과 신앙이 어우러져 살아온 곳이다.

벽골제와 지평선, 그리고 옛 정이 살아 있는 시장 골목.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이 아니라,
느리게 곱씹으며 되새길 수 있는 여행지를 찾는다면
김제는 분명 그에 걸맞은 고장이다.
이번 여행은 ‘농경문화’라는 단어가 품은 모든 정서를
오롯이 몸과 마음으로 느낀 시간이었다.

1. 벽골제 – 천 년을 가른 물줄기, 농경의 위대한 유산

김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유적은 단연 벽골제(碧骨堤)다.
삼한시대, 특히 백제 시기에 만들어진 거대한 저수지로,
우리나라 농경문화의 상징이자
고대 치수 기술의 정수라 불리는 유적이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방죽 일부와 수문 터지만,
그 스케일은 상상을 초월한다.
총 길이 약 1,800m에 달했던 원형은
오늘날의 댐 구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거대한 흙더미가 하늘과 맞닿은 모습,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지평선 평야는
단순한 유적이 아닌,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길들이고 함께 살아온 지혜의 기록처럼 보인다.

벽골제 유적지는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매년 가을 김제지평선축제의 주 무대가 되기도 한다.
이 축제는 벽골제를 중심으로 한 농경문화 테마의 대표 행사로,
벼베기 체험, 풍년기원제, 전통혼례, 줄다리기 등
체험 중심의 전통행사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특히 유적지 주변의 황금 들녘
평야 끝자락에 늘어선 벼가 바람에 흔들릴 때면,
그 풍경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농사’란 단순히 먹고사는 일이 아니라
하늘과 땅,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고리라는 걸
이곳에서 다시 실감할 수 있다.

2. 김제 전통시장 – 살아 있는 삶의 온도, 골목 안의 풍경

벽골제에서 멀지 않은 도심에는
김제의 오랜 삶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김제전통시장이 있다.
5일장으로 유명한 이 시장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날 외에도
상시 운영되는 골목 상권이 잘 구성돼 있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상인들의 인사,
깔끔하게 진열된 쌀과 잡곡,
직접 키운 채소를 들고 나온 할머니의 좌판까지.
이곳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정과 일상이 흐르는 장소’다.

특히 김제 콩나물국밥은 이 시장의 대표 먹거리다.
전주와는 또 다른 김제식 국밥은
더 담백하고 맑으며,
진한 다시 육수와 콩나물, 수란, 다진 마늘, 김치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면
속도 든든하고 마음도 따뜻해진다.

시장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옛날 통닭’, ‘수제 어묵’, ‘호떡·찹쌀도너츠’,
‘할매네 반찬가게’, ‘옛날 떡집’ 같은 간판들이 즐비하다.
모두 오래된 내공을 품은 맛집들이다.

눈에 띄는 또 다른 명소는
전통 생활도구를 파는 철물점과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파는 공방.
이곳은 시간의 흐름을 상품으로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김제 전통시장은
현대식 마트나 백화점에선 찾을 수 없는
‘사람 냄새’와 ‘속 깊은 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3. 금산사와 모악산 – 신앙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

김제는 불교문화에서도 유서 깊은 고장이다.
대표 사찰인 금산사(金山寺)
모악산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을 거치며 수차례 중수된
천년고찰이다.

금산사의 상징은 단연 미륵전.
보물 제62호로 지정된 이 건축물은
3층 목조건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웅장함과 고요함이 함께 깃들어 있다.

내부에는 미륵불이 모셔져 있는데,
그 크기와 위엄은 절로 숙연함을 자아낸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기도와 묵상의 장소로서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는 성지다.

금산사에서 나와 모악산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새 소리와 함께 마음이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산은 높지 않지만, 그 품이 깊고 부드럽다.

가을이면 단풍이 산 전체를 덮고,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길을 수놓는다.
사계절 내내 걷기에 좋은 이 산은
김제의 정신을 상징하는 ‘자연의 성전’이라 불릴 만하다.

금산사와 모악산은
벽골제의 물, 시장의 삶과 함께
김제라는 도시의 정신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큰 축이다.

4. 지평선과 사람들 – 김제가 가진 풍경의 밀도

김제는 ‘평야의 도시’이자 ‘지평선의 도시’로 불린다.
드넓은 땅과 하늘,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김제 여행의 진짜 주인공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논과 밭,
그 너머로 지는 해와 고요한 바람.
김제의 풍경은 소리보다 온도로 남는다.
그건 추억이라기보다, 감각이다.

지평선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다다름’을 추구하지 않고,
‘채움’보다 ‘비움’을 아는 도시.
그것이 김제가 가진 진짜 매력이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고,
사진을 찍지 않아도 좋다.
그저 천천히 걷고, 천천히 밥을 먹고,
그 시간 자체를 즐기면 된다.
김제는 그런 도시다.

이 도시가 주는 감동은
한 끼의 국밥,
한 자락의 논물,
한 그루의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주하는 고요함 속에 있다.

결론: 오래 기억될 단순한 하루, 김제

김제 여행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마음에 남는다.

벽골제에서 천 년의 농경을 느끼고,
시장 골목에서 삶의 손맛을 만나며,
금산사에서 묵상의 여유를 얻는다.
그렇게 완성되는 하루는
단순하지만, 오래도록 기억될 여행이 된다.

다음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김제를 한 번 떠올려보자.
지평선이 주는 감동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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