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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명소 (온평리, 표선해수욕장, 남원포구)

by 코스모스1-탱고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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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치기 해변
광치기해변

제주의 동쪽은 관광객의 분주함보다는 자연의 고요함이 더 깊이 배어 있는 공간입니다. 동부 지역은 육지에서 들어온 대형 리조트보다, 마을 주민들이 감귤을 수확하고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는 풍경이 더 어울리는 곳이죠. 이곳의 올레길은 화려하지 않지만, 걷는 이의 발끝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제주의 진심’이 담긴 길입니다. 특히 2, 3, 4코스는 걷기 좋은 해안과 숲, 그리고 살아 숨 쉬는 마을이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져 자연과 사람, 시간이 공존하는 길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걷기, 마을, 풍경이라는 키워드로 동부 올레길의 감동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제주 올레 2코스 – 광치기해변에서 온평리까지 (걷기코스 중심)

2코스는 제주의 대표적인 명소 성산일출봉이 눈앞에 펼쳐지는 광치기해변에서 시작해, 제주 남동부의 조용한 마을 온평리까지 약 14.5km를 걷는 코스입니다. 짧지 않은 거리지만, 대부분 평탄하고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자도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는 대표 걷기 코스입니다.

길은 시작부터 웅장합니다. 광치기해변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은 마치 화산이 바다 위로 솟아오른 듯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수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며, 걷는 이의 마음을 열게 합니다. 길을 따라 해안을 끼고 걷다 보면 억새밭이 드넓게 펼쳐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합니다.

중간에는 조용한 어촌 마을들이 이어집니다. 신산리, 수산리, 표선리 등의 작은 마을은 제주 전통 돌담길과 오래된 초가집, 농가의 마당이 어우러진 소박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관광지보다 '살아있는 제주'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골목길 사이로 아이들이 뛰놀고, 담 너머로 해풍에 말리는 무청과 감귤이 계절의 색을 더합니다.

‘온평리 이주촌’은 꼭 주목해볼 포인트입니다. 4·3 사건 이후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해온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마을로, 섬의 상처와 회복을 모두 품은 공간이죠. 이곳의 조용한 분위기와 사람들의 따뜻한 인사는 길을 걷는 이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남깁니다.

전체적으로 바다, 평야, 마을, 사람의 삶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이 코스는 걷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자 묵상입니다.

제주 올레 3코스 – 온평리에서 표선해수욕장까지 (마을 중심)

3코스는 온평리에서 시작해 표선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총 20.9km의 중장거리 코스입니다. 이 길의 핵심은 ‘제주의 마을’을 만나는 데 있습니다. 바다보다는 마을 중심의 길이며, 걸을수록 제주의 삶과 자연이 오롯이 피부에 와닿는, 매우 ‘인간적인 길’입니다.

출발지인 온평리는 밭과 감귤 하우스가 넓게 펼쳐진 시골 마을입니다. 길은 흙길과 시멘트 농로가 번갈아가며 이어지는데, 그곳을 걷는 동안 제주 농촌의 정겨운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길가에는 감귤 박스가 쌓여 있고, 무심코 지나치는 밭에서도 할머니들이 일손을 움직이고 계십니다. 한적한 밭길, 돌담길, 닭장과 우사 옆을 지나는 길…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중간에는 ‘하례리’를 지나며 작은 오름과 소하천을 넘기도 하고, 때로는 야자수 밭이나 방목지처럼 이국적인 풍경도 등장합니다. 특히 3코스는 제주 전통 가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 많아, 걷는 자체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코스 후반에 접어들면 표선 해변의 고운 모래사장과 바다가 멀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풍경이 가까워질수록 걷는 발걸음에도 설렘이 더해집니다. 종착지인 표선해수욕장은 얕고 투명한 물빛으로 유명하며, 마무리 휴식처로 최적의 장소입니다. 백사장에 앉아 발을 담그고, 걷기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제주 올레 4코스 – 표선해수욕장에서 남원포구까지 (풍경 중심)

4코스는 표선해수욕장에서 시작하여 남원포구까지 약 22.9km를 걷는 제주 동남부의 대표적인 풍경 중심 코스입니다. 이 코스의 매력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풍경의 흐름에 있습니다.

표선해수욕장을 출발하며 시작되는 이 길은 얕은 바다와 부드러운 해변을 곁에 둔 감성적인 시작을 알립니다. 파도가 잔잔하고 모래는 부드러우며,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걷기 그 자체가 힐링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해녀들이 바닷가에서 채취 작업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고무 옷을 입고 그물과 도구를 정리하는 모습은 제주 여성의 강인함을 느끼게 해주죠.

중간 구간에는 신천리, 신례리 마을이 등장하며, 이곳은 조용한 해안 마을 특유의 정취가 살아 있습니다. 마을과 해변, 밭과 숲이 교차하며 걷는 이에게 끊임없는 변화를 선사합니다. 한적한 바닷가를 걷다가 돌담길로 이어지고, 그 길이 다시 억새밭과 작은 숲으로 변합니다. 바람결이 다르고, 냄새가 달라집니다.

이 길은 특히 일몰 시간에 걸으면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집니다. 붉은 해가 바다 너머로 떨어지며 억새밭을 붉게 물들이고, 길 전체가 황금빛으로 빛납니다. 걷다가 그 풍경 앞에 멈춰 서게 되면, 시간마저 멈춘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남원포구에 도착하면 조용한 포구와 고깃배들이 맞이해주며, 하루의 여정을 고요하게 마무리하게 해줍니다. 차분한 바다와 어촌의 풍경은 제주 올레길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제주 동부 올레길은 ‘조용한 감동’ 그 자체입니다. 2코스는 제주 자연의 시작, 3코스는 사람과 마을의 이야기, 4코스는 바다와 풍경의 절정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서사처럼 이어집니다.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있는 제주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이 길들을 걸어보세요. 걷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되고, 자연과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그 경험. 올레길은 걷는 여행자에게 인생의 쉼표를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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