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북부 내륙에 위치한 영양군은 인구는 적지만 풍부한 역사문화 자산과 천혜의 자연, 독특한 음식문화로 인해 ‘작지만 강한’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양은 조선 후기 실학자 서석지의 고향이며,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또한 ‘국내 최초의 별 관측 마을’, ‘한국 문학의 향기 도시’, ‘약초와 산채 음식의 본고장’이라는 다채로운 수식어가 붙을 만큼 문화적 다양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양군의 역사, 유적지, 문화 콘텐츠, 향토 음식 등을 심층적으로 소개합니다.
1. 영양: 분재리 고분군, 서석지, 석장승
영양은 삼국시대에는 신라의 영토였으며, 조선 시대에는 안동과 함께 유학과 문학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고대의 고분군, 고려시대 사찰, 조선시대 가옥 등이 지금도 원형을 보존하고 있으며, 이 유산들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살아 있는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석보면 분재리 고분군
영양군 석보면 분재리 일대에는 수십 기의 고분군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영양 지역에 고대 지배 세력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사료적 가치가 있는 유적으로, 5~6세기 경 신라와 고구려의 경계 지역에 해당하는 점에서 군사적, 문화적 중요성이 있습니다. 발굴을 통해 철제 무기류와 토기, 귀금속 장신구 등이 다수 출토되어 현재는 경북도립박물관에 전시 중입니다.
■ 두들마을과 서석지 – 유학의 본산
영양군 입암면 두들마을은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인 서석지(徐錫之)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그가 정원으로 가꾸었던 서석지는 조선 정원 양식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으며, 보물 제41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수많은 문사들이 드나들던 유학 중심지였으며, 현재는 전통가옥과 서원, 정자, 연못 등이 조화롭게 보존되어 있어 역사 교육 장소로 활용됩니다.
■ 영양향교 – 지역 유림의 상징
영양향교는 1400년대 후반 건립된 조선시대 교육기관입니다.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매년 봄과 가을에 석전대제가 거행됩니다. 이곳은 과거 지역 유생들이 공부하던 명륜당과 제향 공간인 대성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도 지역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유교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 대티골 석장승과 마을신앙
영양군에는 다양한 민속 신앙 유적도 전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입암면 대티골 석장승으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전통 민간신앙의 상징입니다. 나무 대신 돌로 만들어졌으며,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형태로 문화재적 가치가 큽니다. 주민들은 매년 초에 마을제(동제)를 지내며, 이 장승 앞에서 농사의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2. 반딧불이 천문대, 청기와 마을
영양은 문화 인프라는 크지 않지만 지역 고유의 문학과 예술,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는 곳입니다. 특히 문학과 천문, 생태 중심의 지역 콘텐츠는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독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 영양문학의 밤 & 이문열 문학관
영양은 현대 문학가 이문열의 고향이자 활동지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작품 세계를 기념하기 위해 영양문학관이 조성돼 있습니다. 이곳에는 작품 원고, 육필노트, 수상 기록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문학 세미나와 강연도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매년 가을에는 ‘영양문학의 밤’ 행사가 개최되어 문학인, 독자, 지역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 교류의 장이 펼쳐집니다.
■ 국내 최초 별 관측 마을 – 수비면 반딧불이 천문대
영양군 수비면에 위치한 반딧불이 천문대는 국내 최초의 별 관측 마을이자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유일한 지역입니다. 이곳은 인공광이 거의 없는 청정지역으로, 밤하늘의 별빛을 온전히 관측할 수 있어 천문학자와 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성지로 떠올랐습니다. 숙박과 연계한 별자리 해설, 야간 생태탐방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체험객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산촌생활문화센터 – 공동체와 생태의 복원
영양군은 고령화율이 높은 농촌 지역이지만, 이를 문화적으로 승화한 곳이 바로 산촌생활문화센터입니다. 이곳에서는 전통 식문화, 민속놀이, 농사체험, 천연 염색 등 지역 공동체가 오래 지켜온 전통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한지등 만들기’, ‘달고나 체험’, ‘청국장 담그기’ 등은 어린이와 청년들에게 색다른 체험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 청기와 마을의 벽화문화
입암면 청기와 마을은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든 벽화 마을입니다. 지역의 역사를 주제로 한 회화적 벽화, 옛 이야기 속 설화를 재현한 골목길 등이 조성돼 있으며, 사진작가와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SNS 인기 명소로도 알려졌습니다. 벽화 외에도 전통 장독대와 연계한 장 담그기 체험, 나무 공예 교실 등이 열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고 있습니다.
3. 산채정식, 약초 백숙, 도토리묵밥
영양군은 이름 그대로 ‘영양이 가득한 땅’이라는 뜻을 지닌 지역입니다. 깊은 산과 계곡에서 자라는 자연 재료를 바탕으로 한 음식이 주를 이루며, 대표적인 약선 음식, 산채 요리, 전통장류 등이 관광객과 미식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산채정식 – 산에서 바로 온 향
영양 산채정식은 곰취, 참취, 취나물, 고사리, 두릅, 다래순, 방풍나물 등을 제철에 채취해 만든 음식입니다. 각 나물은 된장, 고추장, 참기름으로 간단하게 무쳐 밥과 함께 제공되며, 이 조합은 향이 진하고 건강에도 뛰어납니다. 입암면과 수비면 일대 산채 전문식당에서는 제철에 따라 메뉴 구성이 바뀌며, 직접 채취한 재료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 약초 백숙과 닭한방탕
영양은 예로부터 약초의 고장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지역에서 자라는 황기, 당귀, 천궁, 오가피, 감초 등은 영양의 대표적인 한약재로, 이를 활용한 백숙 요리는 별미로 꼽힙니다. 특히 ‘영양 닭한방백숙’은 10여 가지 약초를 넣고 3시간 이상 푹 끓여낸 보양식으로,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살코기가 조화를 이루며, 지역 특산물로 전국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 청국장과 장류 – 집마다 다른 비법
영양은 청정 자연 덕분에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류가 뛰어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발효 조건이 좋은 환경 덕에 청국장이 널리 퍼져 있으며, 시래기나 묵은지, 감자 등을 넣고 끓인 영양식 청국장찌개는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깊은 맛을 자랑합니다. 장은 대부분 집에서 담가 판매하는 소규모 농가형 제품이 많아, ‘영양 장류마을’이라는 브랜드로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 별미 음식 – 능이백숙, 도토리묵밥, 막걸리
가을에는 능이버섯이 제철을 맞아, 능이백숙과 능이돌솥밥이 인기를 끕니다. 특유의 쫄깃함과 향이 살아 있는 능이는 산에서 직접 채취해 사용하며, 예약 필수인 고급 메뉴로 평가받습니다.
도토리묵밥은 더운 여름철 사랑받는 건강식으로, 직접 만든 도토리묵과 열무김치, 묵은지를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 음식입니다. 지역주민들이 자주 찾는 ‘토속미각’ 중 하나입니다.
또한 영양에는 수제 막걸리 공방이 있어, 지역 약초를 넣은 ‘황기 막걸리’, ‘삼계막걸리’ 등 기능성 전통주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영양군은 인구 규모나 상업시설로만 보면 작고 조용한 시골 도시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오랜 세월 이어온 문화유산과 공동체, 자연이 어우러진 살아 있는 역사가 있습니다. 고분군과 향교, 문학과 별, 산채 음식과 약선요리까지. 영양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의 전통이 고스란히 보존된 귀중한 공간입니다.
자연을 따라 걷고, 옛 문화를 배우며,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싶다면 지금, 영양으로 떠나보세요. 영양은 진짜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