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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삼별초, 알뜨르비행장, 문화재 탐방

by 코스모스1-탱고 202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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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몽유적지
항몽유적지

 

이번 제주 여행의 테마는 조금 특별했어요. 해수욕장이나 맛집보다 더 먼저 떠오른 건, ‘역사’였습니다. 언제부턴가 제주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깊은 이야기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거든요. 고려시대 삼별초의 흔적부터 일제강점기의 아픔, 그리고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문화재까지. 이번 여행은 시간을 거슬러 제주를 만나보는 역사탐방 여정이었습니다.

고려시대의 제주 - 삼별초, 바다 건너 마지막 항전의 땅

첫 발걸음을 향한 곳은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사실 제주에 고려시대 유적이 있다는 걸 이번 여행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곳은 몽골에 끝까지 저항했던 삼별초가 최후를 맞이한 곳이에요. 고려 조정이 항복한 뒤에도 항쟁을 멈추지 않았던 삼별초가 마지막으로 제주에 성을 쌓고 싸운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죠.

유적지는 조용했어요. 다른 관광지처럼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성터의 흔적, 설명판 하나하나를 읽으며 천천히 걸었어요. 바람이 쓸고 가는 풀밭 위에 서 있으니, 과거와 현재가 겹쳐 보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섬이 그때의 전쟁터였다고?"라는 생각이 들 만큼, 평화롭지만 묵직했습니다.

이곳을 보고 나니 제주는 단순히 바다와 휴양의 섬이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고려시대에도 이 작은 섬이 역사 속 한가운데 있었다는 게 놀라웠고, 더 알고 싶어졌어요.

일제강점기의 제주 - 기억을 안고 서 있는 알뜨르 비행장

다음 날은 서귀포 쪽으로 향했어요. 목적지는 알뜨르 비행장. 여기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만든 군사기지예요. 군용 활주로부터 시작해 벙커, 격납고, 탄약고까지, 당시 제주가 어떻게 전쟁에 휘말렸는지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잡초가 자란 넓은 들판 위에 회색 벙커들이 조용히 서 있어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많은 걸 말해주는 듯했어요. 입구엔 안내판이 간단히 있지만, 정식 전시관처럼 꾸며진 건 아니라서 그냥 걷고, 보고, 느끼는 장소예요.

‘이곳에서 누군가가 강제로 일을 했고, 어떤 이들은 돌아오지 못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그동안 제주에 오면 늘 즐거움만 찾았던 내가 조금 부끄럽기도 했고요.

알뜨르를 둘러본 뒤엔 근처에 남아 있는 일본군 갱도진지도 들렀어요. 바위산을 파낸 구조물 안을 조심조심 걷다 보면, 제주가 겪은 시대의 아픔이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이 경험은 어떤 화려한 명소보다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문화재 탐방 - 제주의 뿌리를 만나는 시간

제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 명소 중 하나가 삼성혈이에요. 제주시 중심에 자리한 이곳은 제주 건국 신화의 시작점이죠. 고씨, 양씨, 부씨의 조상이 땅을 뚫고 나왔다던 그 세 개의 구멍. 오래된 소나무와 조용한 정원이 어우러진 공간은 참 평화로웠어요.

삼성혈에서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관덕정제주목관아도 꼭 들러야 할 곳입니다. 관덕정은 옛 무사들이 무술을 연습하던 장소라고 하고, 제주목관아는 조선시대 제주 행정을 총괄하던 관청이에요. 건물들은 복원되었지만, 그 자리에 서 있으면 시간의 감각이 묘하게 변해요. 마치 수백 년 전 누군가와 눈을 마주칠 것 같은 그런 느낌.

마지막으로는 제주 4·3 평화공원에 갔어요. 이곳은 일제강점기 이후 제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사건을 기억하는 장소입니다. 전시관을 돌며 여러 기록과 유족의 증언을 보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단순한 역사 공부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장소였습니다.

제주의 진짜 얼굴은, 그 시간 속에 있다

이번 여행은 이전과는 전혀 달랐어요. 바다도, 오름도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유적지였어요. 제주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은 지금도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 시절,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걷는 제주, 그게 진짜 여행이 아닐까 싶었어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제주에 가신다면 하루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탐방을 해보세요. 그 시간이 제주를 훨씬 더 깊이 있게 기억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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