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중서부에 위치한 증평군은 인구 규모는 작지만, 짧은 역사에 비해 놀라운 문화·행정·관광 발전을 이룬 자치단체입니다. 2003년 괴산군에서 분리되어 독립 군이 된 이후, 지역 주민들의 자율과 참여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를 창조해내며 ‘작지만 강한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증평은 단순한 행정단위가 아닌, 유서 깊은 역사 유적지, 살아 있는 전통문화, 그리고 충북 산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음식 문화를 갖춘 종합 관광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증평군의 역사적 매력부터 유적지, 문화 행사, 미식 여행 코스까지 한 번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증평의 연병호 고가, 증평읍성
증평군은 행정구역으로 독립된 역사는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땅에 남아 있는 유적들은 수천 년 전부터 사람이 살고 문명을 이어왔음을 증명합니다. 특히 삼국시대 백제의 영향권 아래 있었으며,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교통과 국방의 요충지로 기능한 지역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유적지 중 하나는 연병호 고가입니다. 이 고택은 조선 말기 건축된 전통 한옥으로, 증평군 도안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충청북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고가 내부에는 당시 생활상과 가구, 주방, 사랑채, 안채 구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전통 생활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연병호 고가는 선비 문화와 유교적 삶의 철학이 깃든 공간으로, 지역 역사 해설사와 함께 방문하면 더욱 깊이 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증평에는 증평읍성이 있었다는 문헌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일부 성곽과 배수로 유적이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유적공원으로 일부 복원되어 있으며, 마을의 역사를 기리는 표석과 안내판이 함께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유적은 증평이 단순한 농촌이 아닌 군사적·행정적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지역 내 많은 문화자산들이 훼손되었지만, 그 중 좌구산 일대의 전쟁 흔적과 보강천 일대의 병영유적은 증평의 안보사와 관련된 중요한 장소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 일대는 치열한 교전지역이었으며, 현재도 당시 참호 흔적과 병영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증평군은 겉보기와는 달리 수천 년의 시간과 함께한 흔적을 간직한 고장이며, 그 유적지들은 지역민의 기억과 문화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좌구산 자연휴양림, 증평인삼골축제
증평군은 ‘역사는 짧지만 문화는 깊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지역 주민들의 주도적인 참여로 문화 콘텐츠를 발전시켜온 지역입니다. 지역 내에는 공연장, 박물관, 문화센터 등 다양한 공간이 있으며, 연중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좌구산휴양랜드 문화행사입니다. 좌구산 자연휴양림은 증평의 대표 관광지로, 이곳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에 문화체험축제, 숲속음악회, 천문캠프 등이 열립니다. 단순한 자연 관광을 넘어서 문화예술과 연계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좌구산에는 국내 최장 산악슬라이드와 천문대, 명상구름다리, 산책로 등이 조성되어 있어 체험형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증평군은 에듀팜특구를 통해 농업과 교육, 문화가 결합된 관광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특구 내에는 예술마을과 농업 체험관, 로컬푸드 판매장, 공예 공방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증평 지역 학생들의 교육공간이자 외부 관광객의 체험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증평은 충청북도 최초의 도서문화도시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작은 규모지만 주민 독서율이 매우 높고, 지역 내 도서관과 문화센터에서는 문학 강좌, 지역사 탐방, 북콘서트 등이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특히 증평도서관 북페스티벌은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표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또한 증평군은 매년 10월경 증평인삼골축제를 개최합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특산물 장터가 아니라, 지역 전통문화와 연계된 공연, 체험, 놀이가 함께하는 종합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증평인삼은 품질이 우수하며 전국적으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축제에서는 인삼 요리 체험, 인삼길 걷기대회, 인삼차 시음회 등 관광객 참여형 프로그램이 마련됩니다.
인삼돌솥밥, 더덕국이, 옥수수 전병
증평군의 음식 문화는 충북 내륙의 전통적인 밥상과 지역 특산물이 어우러져 건강하면서도 정갈한 미식을 선보입니다. 특히 인삼과 더덕, 청국장, 들기름 등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은 건강을 생각하는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향토 음식으로는 인삼돌솥밥이 있습니다. 증평은 충북에서 인삼 재배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 인삼을 활용한 돌솥밥은 찹쌀과 함께 인삼, 대추, 밤 등을 넣고 지어내며, 은은한 향과 영양이 풍부해 한 끼 식사로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증평읍 일대에는 이 돌솥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여럿 있으며, 일부 식당은 전통 반상 형식으로 구성되어 한정식처럼 제공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별미는 더덕구이정식입니다. 증평의 산지에서 채취한 더덕은 향이 강하고 질감이 부드러워 구이나 장아찌로 많이 활용됩니다. 간장 양념이나 고추장 양념에 재워 구워내는 더덕구이는 밥반찬뿐 아니라 술안주로도 인기가 높으며, 지역 주민들이 손수 채취한 제철 더덕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증평읍 전통시장에서는 다양한 향토 간식도 만날 수 있습니다. 청국장찌개, 묵밥, 수수부꾸미, 옥수수 전병 등이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특히 노점상에서 파는 수제 들깨칼국수는 고소하고 깊은 맛으로 오랜 단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증평 로컬푸드 인증점을 중심으로 젊은 감각의 메뉴들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인삼을 활용한 인삼스무디, 더덕피자, 산채샐러드, 약초 파스타 등은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들로, 가족 단위와 MZ세대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농업인과 협력한 농가밥상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체험객은 농장에서 직접 채소를 수확하고, 손질하고, 가마솥에 밥을 짓고 나물무침과 된장찌개를 함께 만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진짜 로컬 푸드’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증평군은 작은 규모의 자치단체이지만,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넓이를 모두 갖춘 풍성한 여행지입니다. 연병호 고가와 좌구산 유적지를 따라 역사의 발자취를 밟고, 에듀팜특구와 도서문화 프로그램에서 삶의 여유와 배움을 경험하며, 인삼과 더덕이 어우러진 건강한 밥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곳—바로 증평입니다.
역사, 체험, 미식, 치유가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증평군을 주목해보세요. 작지만 강하고,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충북의 보물 같은 고장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