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의 중심 도시 창원은 단순한 산업 도시를 넘어 유서 깊은 역사와 다양한 유적지, 그리고 전통 향토음식으로 가득한 문화 도시입니다. 창원은 과거 진해, 마산, 창원이 통합되며 더 큰 도시로 성장했으며, 이 지역의 과거와 현재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특히 삼한시대 이래로 이어진 고대 유적지와 조선 해군의 중심지였던 진해, 독립운동과 근대문화가 녹아든 마산, 그리고 농경문화와 유교 전통이 깊은 창원 본 지역은 각각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창원의 역사적 배경, 주요 유적지, 향토음식까지 자세히 소개하여 여행자나 연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가음정 고인돌군, 수군 본영
창원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석기 유적이 발견될 만큼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곳이며, 청동기시대에는 가음정 고인돌군을 비롯해 다수의 지석묘가 발견되어 고대 마한, 변한 문화권에 속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의 경계지역이 되어 격전지가 되었으며, 통일신라 이후에는 행정구역으로 편입되며 농경과 어업 중심의 지역으로 발전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창원 지역이 항만도시로서 중요한 물류기지로 성장하였고,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이 강화되었습니다. 특히 오늘날 진해구 지역은 조선 후기 수군 본영이 설치되어 왜적에 대비한 해군 기지로 운영되었으며, 마산 지역은 항구도시로서의 기능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근대에 들어서 창원은 독립운동의 전초기지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마산 3.15 의거는 1960년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역사적 사건으로, 창원의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이외에도 항일운동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으며, 관련 기념관과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또한 1970년대 이후에는 국가산업단지로 개발되며 대한민국 중공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했습니다. 당시 조성된 창원국가산단은 오늘날까지도 창원의 대표 산업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역사적 농경 중심 도시였던 창원이 산업도시로 전환된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이렇듯 창원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봉림사와 무학산 고분군, 제황산 공원
창원에는 시대별로 분포된 유적지와 문화재가 풍부합니다. 먼저 고대 유적지로는 가음정 지석묘군이 대표적입니다. 이 유적은 청동기 시대에 해당하는 대규모 고인돌 군락으로, 당시 창원 지역의 정치·사회 구조를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일부는 공원화되어 시민의 휴식처이자 역사교육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 시대의 흔적은 봉림사와 무학산 고분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봉림사는 신라시대 창건된 사찰로, 창원의 불교 전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찰이며, 고분군에서는 당시 지배층의 생활양식과 묘제 문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지로는 진해루와 제황산 공원, 창동예술촌, 의림사 등이 있습니다. 진해루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본거지로 사용된 군사적 요충지이며, 현재는 낙조와 야경이 아름다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제황산 공원에는 충무공 이순신 동상과 함께 임진왜란 당시 진해의 역할을 알 수 있는 전시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창동예술촌은 근현대의 상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마산의 중심지였던 창동을 재생하여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꾼 곳입니다. 현재는 갤러리, 공방, 서점 등이 들어서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근대사 유적지로는 3.15 의거 기념탑과 국립 3.15 민주묘지, 마산항 일대 근대 건축물이 있습니다. 이 유적들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기점으로 기능하며, 전국 각지에서 역사학도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창원에는 웅천왜성, 창원향교, 봉암서원, 삼동동패총, 가포 해안 산책로 유적 등 다양한 시기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어 단기간 여행으로는 모두 둘러보기도 어려운 역사적 깊이를 지닌 도시입니다.
아귀찜, 전어, 붕장어, 생멸치찌개
창원은 해안과 내륙이 모두 공존하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다양한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향토음식이 발달해 왔습니다. 창원의 향토음식은 바다에서 나는 신선한 해산물과 내륙 농산물이 조화를 이루며, 남해안 특유의 진하고 구수한 풍미가 특징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단연 아귀찜입니다. 특히 마산아귀찜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지역의 대표 음식으로, 탱탱한 아귀살과 콩나물, 미나리, 미더덕 등을 매콤하게 양념해 찜으로 만든 음식입니다. 이 요리는 1960년대 어민들이 잡고도 버리던 아귀를 활용해 만들며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또한 전어회와 전어구이도 창원 바닷가에서 제철에 즐길 수 있는 별미입니다. 진해와 가포, 마산만 등에서 잡히는 신선한 전어는 회로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하며, 구이로 먹으면 껍질의 바삭함과 기름진 살점의 조화가 일품입니다. 특히 가을철에는 지역 축제와 함께 전어를 즐길 수 있어 많은 미식가들이 찾습니다.
붕장어 구이 또한 창원에서 유명한 향토 음식입니다. 특히 마산합포구 일대 해안에서는 신선한 붕장어를 간장이나 고추장 양념에 구워내거나, 소금만 뿌려 불에 구운 장어구이가 인기가 많습니다. 스태미너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지역 주민들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자주 즐깁니다.
내륙 향토음식으로는 창원식 육회비빔밥이 있습니다. 전통 한우와 무, 콩나물, 나물, 달걀노른자 등을 곁들여 만든 이 비빔밥은 진한 양념장과 함께 비벼 먹는 맛이 뛰어나며, 다양한 식감과 향이 어우러져 특별한 한끼 식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가자미조림, 생멸치찌개, 멍게비빔밥, 어리굴젓 백반, 해물파전, 삼치회 등 계절과 해역에 따라 다양한 해산물을 활용한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창원에는 이러한 향토음식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향토음식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여행객들이 쉽게 지역의 맛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마산어시장, 가포항 주변, 진해 중앙시장 등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하고 푸짐한 지역 요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창원은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산업, 미래의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고대의 지석묘에서 시작해 조선의 수군 유적, 근대의 민주화 운동 현장, 그리고 남해안의 풍부한 해산물을 활용한 향토음식까지 — 창원은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의 공간입니다. 역사와 음식, 예술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창원. 이번 주말,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창원을 여행지로 선택해 보세요. 그 선택이 후회 없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